(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새로운 길을 찾겠다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출마한 김승수(56) 전 전북 전주시장이 '인간적인 도시론'을 역설한 인문 서적을 발간했다.
그는 25년간 공공정책과 도시에 천착해온 도시 혁신가로서 어떻게 하면 도시가 시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간 찾은 나름의 답을 풀어놓았다.
김 전 시장은 이달 중순 발행한 '도시의 마음(다산북스)'에서 "도시 정책의 차이는 시민들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도시의 마음'에서 온 것"이라며 "도시가 가진 마음의 차이가 정책의 결을 결정하고, 그 결은 도시와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마음을 담는 방식이 관점과 안목이고, 결국 좋은 도시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관점과 안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소신을 밝혔다.
도서관을 짓든, 놀이터를 만들든 시민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시민들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인간다운 도시'를 위해 찾아낸 해답들을 '도시의 마음'이란 제목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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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 '책 기둥 도서관' 개관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도시란 단순히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공공장소와 시민이 관계를 맺을 때, 시민이 도시와 연결되어 있고 또 지지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해답은 도서관이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정원문화도서관, 건지산숲속도서관, 한옥마을도서관, 완산도서관 자작자작 책 공작소, 연화정도서관, 책기둥도서관.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등 그가 시장 임기(2014∼2022년) 중 추진한 도서관 혁신에 할애했다.
그는 재임 기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슬로건을 바탕으로 곳곳에 도서관과 책놀이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전주를 문화도시로 발돋움시켰다.
그는 도서관 혁신을 하면서 반대에 부딪혔던 사례를 소개하며 "적당한 성공은 철저한 실패보다 위험하다"며 "공공장소가 적당한 성공을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적 설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동을 주는 공공장소는 시민들을 스며들듯 설득하며 서서히 삶을 변화시켜 내지만, 적당한 것에는 감동하기 쉽지 않다"라며 "'사회적 설득'은 '자본의 설득'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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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전 전주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가 '책의 도시 전주'를 본격 추진하면서 강조한 것은 '책의 도시는 어디서 왔는가'였다.
전주는 조선시대 명실상부한 책의 도시였다.
'완판본'의 탄생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완판본은 전주의 옛 이름인 완산(完山)의 '완'과 목판(木板)의 '판'에서 온 것으로 조선 후기 전주에서 상업 목적으로 출간한 방각본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조선시대 전주에서 출간된 책을 말하기도 한다.
그는 "당시 전주부는 조선의 단일 도시로서는 가장 많은 책을 출간했고, 전주시는 조선시대 최고의 출판문화 클러스터였다"라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지적, 인적, 환경적, 기술적 자산들은 개인이 발행하는 사간본과 판매용 책인 방각본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당시 대중문화의 정수인 판소리의 흥행은 전주의 출판문화산업을 일으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도시는 시민들을 향한 마음이 형상화한 것"이라며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 같은 도시를 꿈꾸며 우리의 도시에도 시민들의 삶에 다가갈 마음이 필요하다"고 '사람 향기 나는' 도시론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