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세미콜론 20주년 기념 앤솔로지…신간 '영감의 공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연상호 감독은 매일 아침 초등학생인 첫째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후 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은 집에서 5분 거리, 주택가에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지만, 영감이란 게 자주 떠오르는 건 아니다. 그는 쓰고 지우는 걸 반복한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영화나 책을 보고, 프라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머리를 쥐어짜 보지만,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이 쓰는 날보다 훨씬 많다. 연 감독은 "동경하던 창작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나의 작업실은 나의 일터이자, 괴로움과 희열, 감사와 저주가 늘 반복되는 공간이자 내가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는 나의 내면"이라고 말한다. 만화가이자 작가인 홍인혜는 '코인 노래방'에서 안식을 찾는다. 록 발라드를 목이 터져라 열창하고 나면 마감 걱정이 어느새 사라진다. 코인 노래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감이 솟아나면 좋겠지만, 그런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 김겨울은 지방 강연 등 외부 일정 탓에 한 달에 한두 번은 KTX에서 시간을 보낸다. 피아노곡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지나가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즐거운 일이어서 내심 KTX 타는 일을 반기지만, 마감에 쫓겨 노트북을 챙겨야만 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기분이 울적해진다고 한다. 신간 '영감의 공간'은 작가, 번역가, 평론가, 영화감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창작자들이 영감을 얻는 곳에 관해 쓴 글을 모은 일종의 앤솔로지이자, 에세이 모음집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미깡은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산책하며 정신을 다잡고, 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아침 일찍 뜨개 카페 귀퉁이 자리에 가서 뜨개를 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번역가 최재혁은 덕수궁을 한
05-19 16:17(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한국문인협회 부안지부는 제4회 부안향토문학상 수상자로 김영렬·신대철 시인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상은 부안지역 문인의 자긍심과 창작욕을 드높이고자 2022년부터 수여하고 있다. 먼저 김 시인은 2010년 '지구문학' 신인상 수상과 함께 등단해 '그 산에 취하고 싶다' 등 다수의 시집 공저로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신 시인은 2015년 '한국작가'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발을 디딘 뒤 칼럼집 '거짓과 진실', 시집 '아침 이야기' 등을 펴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8일 부안문인협회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05-19 15:2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민음사는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에 윤강은(25)의 소설 '저편에서 이리가'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기후 위기와 정치적 갈등으로 종말이 임박한 미래, 하얀 눈밭으로 뒤덮이고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서로 다른 정치와 경제 체제를 구축한 압록강, 한강, 남해안 세 구역에 속한 여섯 청년이 경계를 넘어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 이야기다. 민음사는 "이미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지금의 정치적 갈등에 붙들려 있기보다 도래할 미래의 시선으로 한반도라는 공간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고 조명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동국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윤강은은 "소설을 쓰는 동안 이야기를 통제할 수 없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며 "소설을 날뛰게 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 작가에게는 상금 3천만원이 수여되며 수상작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연내 출간된다. 6월 초 발행되는 문학잡지 '릿터'에 작가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의 심사평 전문이 실린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오늘의 작가상이 장편소설 공모제 방식으로 회귀한 이후 첫 수상작이다. 오늘의 작가상은 1977년 제정돼 장편소설 공모제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2015년부터 한 해 동안 출간된 작품 중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올해 다시 공모제로 개편됐다. [email protected]
05-19 14:08日 저항시인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광주 방문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19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문병란 시인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들은 전날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린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연구자들이다. 참배에 나선 일본 학자들은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의 안내로 문병란 시인 묘역에 헌화한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묵념하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김준태 시인의 대표작 '아아 光州(광주)여!'를 김 교수의 즉석 구두 번역으로 함께 낭송했고, 민주묘지 내 추모관에서 5·18 참상을 다룬 영상을 시청했다.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은 "일본 인권과 평화 정신을 상징하는 마쓰다 도키코의 국제심포지엄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날에 광주에서 개최하고, 문병란 시인 묘지를 참배하게 되어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명한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장은 "문병란 시인은 '직녀에게'로 잘 알려진 남도의 대표 시인이고, 마쓰다 도키코 역시 일본 작가 중 드물게 남북통일과 조선의 현실을 노래한 인물로 광주 정신과도 잘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일 연구자들은 문병란 시인과 일본 양심 작가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생애에 대해 논의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주제로 한 저항 시를 발표하다가 어린 딸과 함께 검거되고 일본 근현대사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시집이 판매 금지된 저항 시인이다. 문병란 시인은 2015년 국내에서 출간된 마쓰다 도키코의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 추천 서문을 쓰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email protected]
05-19 12:54신간 '도시의 마음'서 "다정한 위로 건네는 친구 같은 도시 꿈꿔" "조선시대 최고의 출판문화 클러스터 '전주'를 책의 도시로"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말 아껴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새로운 길을 찾겠다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출마한 김승수(56) 전 전북 전주시장이 '인간적인 도시론'을 역설한 인문 서적을 발간했다. 그는 25년간 공공정책과 도시에 천착해온 도시 혁신가로서 어떻게 하면 도시가 시민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간 찾은 나름의 답을 풀어놓았다. 김 전 시장은 이달 중순 발행한 '도시의 마음(다산북스)'에서 "도시 정책의 차이는 시민들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도시의 마음'에서 온 것"이라며 "도시가 가진 마음의 차이가 정책의 결을 결정하고, 그 결은 도시와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마음을 담는 방식이 관점과 안목이고, 결국 좋은 도시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관점과 안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소신을 밝혔다. 도서관을 짓든, 놀이터를 만들든 시민을 사랑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야 시민들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인간다운 도시'를 위해 찾아낸 해답들을 '도시의 마음'이란 제목으로 정리했다. 그는 도시란 단순히 돈을 벌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공공장소와 시민이 관계를 맺을 때, 시민이 도시와 연결되어 있고 또 지지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도시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해답은 도서관이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정원문화도서관, 건지산숲속도서관, 한옥마을도서관, 완산도서관 자작자작 책 공작소, 연화정도서관, 책기둥도서관.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등 그가 시장 임기(2014∼2022년) 중 추진한 도서관 혁신에 할애했다. 그는 재임 기간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슬로건을 바탕으로
05-19 09:39탁상공론 벗어나 현장에 간 교수…'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프란치스코 교황 어록 = 김수근 편역.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3월∼2025년 4월까지 12년여의 재위 기간 남긴 약 600차례의 설교 중에서 특히 되새겨볼 만한 내용을 모아서 펴냈다. 해방 신학자인 저자는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고자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주목하며 "우리는 가난과 싸워야지 가난한 사람들과 싸우면 안 된다", "가난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신학 문제"라고 했던 교황의 말씀을 전한다. 2014년 8월 방한 당시 깊은 울림을 남겼던 많은 발언도 소개한다.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던 교황은 누군가가 중립을 이유로 세월호 리본을 떼라고 권하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이 민족의 유산은 오랜 세월 폭력과 박해와 전쟁의 시련을 거쳤다"고 한민족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며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나기도 한 저자는 교황이 선종했지만, 그의 가르침은 늘 인류와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살아 있고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 (중략)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시대를 호흡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동연. 348쪽. ▲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 사이토 고헤이 지음. 조승미 옮김. 도쿄대 대학원 준교수(부교수와 비슷함)인 저자가 2년간 열도 곳곳을 다니며 연구 주제가 될 법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하는 저자는 우버이츠 배달, 재택근무(강의), 사슴 사냥 및 고기손질, 플라스틱 제로 생활에 도전하며 이론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05-19 08:00(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세계는 인구 대비 식량을 30% 더 많이 생산하지만, 그중 3분의 1이 버려지고, 11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는 신작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김영사)에서 인류가 직면한 식량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지구상 모든 인간이 먹을 양보다 더 많은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8억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분배와 소비, 자원 활용의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다. 기아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분배 시스템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먼저 집약적 농업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집약적 농업 시스템은 단위면적 당 수확량을 크게 늘렸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물, 화학비료가 투입된다. 전체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은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이는 다시 육류 소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많은 식량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먹이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가 곡물의 비효율적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이어지며 식량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육류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비건이 해답일 수는 없다. 저자는 전 인류의 비건화(化)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기 섭취의 양과 방식을 조정하는 절충적 접근을 제안한다. 쇠고기 대신 가금류나 양식 어류를 선택하고, 소비 빈도를 줄이는 변화만으로도 식량 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배양육과 곤충 식품의 가능성도 짚어본다.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단백질 함량과 사료 효율이 높은 곤충 식품은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만 배양육은 아직 생산 비용이 높고, 곤충은 위생 문제와 소비자 거부감이란 장벽이 있어 기존 육류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재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05-19 07:00속도 중시하는 문명이 인간성까지 변화시켜…대면 접촉 중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990년대 중반에는 친구 집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이 꽤 있었다. 운전자는 지도를 참고해 고속도로를 달렸고 주유소에 들러 자연스럽게 길을 묻곤 했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되자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전화번호를 외울 수 없게 됐다. 내비게이션과 우버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택시 기사도 길눈이 어두워졌다. 편리함을 포기하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에는 허들이 높다. 정보기술(IT)을 거부할 이유를 딱히 찾기도 어렵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크리스틴 로젠은 최근 번역 출간된 '경험의 멸종'(어크로스출판그룹)에서 기술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매개 경험'에 의존하도록 인간을 길들이는 디지털 문명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기술은 시공간을 초월하게 해줬다. 지구 반대편 길거리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고 흡연하면 10년 후 얼마나 늙는지 가상 체험을 하는 것처럼 실제 해본 적 없는 일을 느껴보는 '베자 듀'도 가능하게 해 준다. 사람들은 직접 체험 대신 타인의 경험을 소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됐다.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만 정작 먹을 때는 공장에서 출시된 간편식을 선호하고, 친구와 대화하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업데이트한다. 매개 경험은 부작용을 낳는다. 책은 2010년 한국의 한 부부가 온라인 게임 프리우스에서 가상 아이를 키우느라 실제 아이를 굶어 죽게 내버려 둔 사건을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혼'하는 남성이 2009년에 이미 등장했다. 인간관계를 SNS로 대체하면서 예의범절, 인내, 눈 맞춤과 같은 사회적 기술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현대인은 시간과 공간이 지닌 물리적 한계를 참지 못하게 됐다. 디지털로 변환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콘서트, 성관계, 종교적 헌신과 같은 즐거운 경험조차 '빨리 감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책은 꼬집는다. 인간은 서로를 보며 소통하도록 설계됐다.
05-18 12:4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직장 일이라는 게 반복되는 게 많아서 하다 보면 지겨워지기도 한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피지영 씨도 슬럼프 비슷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내 사이버 강의 '유럽 미술관 순례'를 듣고, 마치 10대가 아이돌에 빠져들 듯, 미술이란 세계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닥치는 대로 미술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3년간 무려 1천권을 독파했다. 도슨트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자기계발 휴직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며 배운 지식을 그림에 하나하나 적용하며 실전 연구를 했다. 이후 쌓은 지식과 경험을 병원의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 앞에서 풀어냈다. 2017년부터 3년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약 100회에 이르는 서양미술 강연을 했다. 식약처, 공공도서관, 평생교육원 등 외부에서도 강의했다. 코로나19 탓에 강연을 멈춘 그는 잠시 숨을 골라 이번에 책을 펴냈다. 신간 '서양미술공식'(부크크)은 서양미술에서 마치 공식처럼 나오는 장면들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이다. 저자는 몇몇 공식만 알면 서양미술을 훨씬 더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서양에서 예수 탄생 장면은 거의 비슷하다. 소와 나귀가 무조건 나오고, 대머리 노인이 반드시 등장한다. 방대한 듯하지만 이처럼 서양미술에도 '공식'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서양 미술의 절반, 성경 이야기는 무조건 공식에 따라 그려야 한다', '서양미술 더 재밌게 보는 법', '책도 있고 인터넷도 있는데 왜 굳이 미술관에 가야 할까', '매우 쓸만한 미술관 관람법' 등으로 구성됐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신조은 작가가 참여했다. 저자는 "운 좋게 신설된 자기계발 휴직을 사용해 더욱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책을 준비하는 동안 못 만났던 청중들 앞에서 서양미술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쪽. [email protected]
05-18 08:00신간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증여는 시장경제의 '빈틈'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시장경제라는 체제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빈틈' 자체가 바로 증여인 것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는 신간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 즉 '증여'가 허술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해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증여를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로 한정하지 않고, 교환의 논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는 인간적 행위라고 다시 정의한다. 돈을 받고 시계를 남에게 주는 행위에는 아무런 인간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지만, 대가 없이 시계를 주는 행위에는 시장 가치에는 담기지 않는 '잉여'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선물을 주는 행위', 즉 증여가 허술한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고 체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사람이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 수많은 사람의 증여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화재와 범죄, 정전과 일용품의 품절까지 크고 작은 혼란이 찾아왔을 때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증여에 의해 사회와 체제가 유지되고, 인간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받는다고 설명한다. 사회에서 증여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신이 받은 증여를 깨닫고 스스로 증여의 전달자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비로소 깨닫게 되는 부모님의 사랑,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증여의 본질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이를 '사랑의 공유'라고 부르고, 내가 받은 사랑을 증여받지 못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증여의 순환'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김영현 옮김. 280쪽. [email protected]
05-17 12:55한국 작가로는 첫 수상…"첫 책으로 연달아 큰 상 받아 놀라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출판사 엣눈북스는 최연주 작가의 그림책 '모 이야기'의 이탈리아어판(이탈리아어 제목 'Gatto Mo e gli amici del bosco')이 스트레가상(프리미오 스트레가) 라가체 에 라가치 신인상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모 이야기'를 "고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동화로 독자들을 성장과 발견의 여정으로 이끈다"며 "문체가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작가가 실제 키우는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일러스트가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어준다"고 평가했다. 스트레가상은 1944년 제정된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며, 이번에 최연주가 수상한 라가체 에 라가치는 2016년에 신설된 아동·청소년 부문이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가체 에 라가치는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도서 및 독서 센터와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전문 심사위원단뿐 아니라 학생 심사단도 수상작 선정에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상은 1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아동·청소년 문학(번역본 포함)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신인 작가의 작품에 수여하는 신인상(Esordienti)과 가장 훌륭한 책에 수여하는 그림책상(Narrazione per immagini)으로 나뉜다. 최연주 작가의 첫 그림책인 '모 이야기'는 고양이 모가 호기심으로 한밤중 집에서 나와 모험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으로, 작년 볼로냐 라가치상의 우수상 격인 특별언급(Special mention)과 올해 소시에르상 '파시오낭 미니'(Passionnant MINI) 부문을 연달아 수상했다. 최연주 작가는 "첫 책으로 연달아 큰 상을 받게 돼 놀랍고 조금은 얼떨떨하면서도 무척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내성적인 성격이라 평소 모험을 즐기지 않는데 모 이야기를 만들며 두려움을 떨치고 모험을 즐기는 모를 보며 스스로 용기를
05-17 10:05해저 생물과 성소수자의 삶…신간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문어는 일생에 단 한 번만 알을 낳는다. 종류에 따라 많게는 수만개의 알을 낳기에 힘들 법도 하다. 그러나 정작 힘든 건 낳고 나서다. 어미 문어는 산소가 풍부하고 모래나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물로 알을 계속 씻겨 준다. 새끼는 숨을 쉬어야 하므로 이 목욕은 끝이 없다. 그렇게 에너지를 쓰지만, 어미 문어는 알을 품는 동안 먹지 못한다. 사냥을 나가기 위해 자리를 뜨면 천적들에게 새끼가 잡아 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알이 부화해 세상에 나가게 되기 전까지, 몸에 저장해 둔 에너지로 버티는 것. 막 어미가 된 문어가 하는 일이다. 가령, 자줏빛 문어는 53개월 동안 알을 품는다. 약 4년 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 사이 자줏빛 몸은 흰색으로 변한다. 알이 부화해 어미 품을 떠나면 어미 문어는 곧바로 죽는다. 먹을 기회가 생겨도 좀처럼 먹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해저 1천m 아래에 있는 자줏빛 문어에게 로봇팔을 이용해 먹을 것을 줬지만, 문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어처럼 자식에게 헌신하는 동물들은 자연계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검은 눈 오징어는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6개월에서 9개월간 알을 안고 다닌다. 알이 부화하면 어미 오징어는 죽는다. 그 기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아사(餓死)하는 것이다. 1년 반쯤 알을 품고 다니는 대왕붉은곤쟁이도 먹지 못해 몸피가 크게 줄어들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죽는다. 신간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아르테)의 작가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사브리나 임블러의 어머니도 자식을 키우며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백인 동네로 이민 온 중국인인 저자의 어머니는 늘 백인이 되고 싶어 했다. 크면서 무수한 인종차별도 겪었다. 그런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나중에 아이를 낳았는데, 혼혈인 아이는 성 소수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 딸만은 주류의 삶'을 바랐건만,
05-17 07:00(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지난 2022년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를 흉기로 공격해 크게 다치게 한 레바논계 미국인에게 징역 25년형이 내려졌다.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법원의 데이비드 폴리 판사는 16일(현지시간) 2급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하디 마타르(27)의 형량을 이처럼 선고했다고 A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이 사건 배심원단은 지난달 21일 마타르에게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다. 마타르는 지난 2022년 8월 2022년 8월 12일 뉴욕주 셔터쿼에서 열린 문학 축제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루슈디를 찾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공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루슈디는 이 피습으로 오른쪽 눈을 실명하는 등 크게 다쳤다. 마타르는 미국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시아파 무슬림이다. 마타르는 이날 선고 공판 최후진술에서 자신도 표현의 자유를 믿지만 루슈디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며 그를 '위선자'라고 불렀다.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마타르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연계된 테러 혐의로도 기소됐으며, 이 사건은 별도로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마타르는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는 가운데 테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05-17 04:09(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 스테이시 = 지피 글·그림. 이탈리아 유명 만화 작가 지피(본명 지안 알폰소 파치노티)가 은퇴 선언 후 2년 뒤에 복귀하며 내놓은 그래픽 노블이다. 주인공 지아니는 종종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꿈속에서 한 여자를 납치해 성폭행했다고 언급했고, 이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맹비난받게 된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그의 친구도, 팬들도 모두 등을 돌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온다. 나락에 떨어진 지아니는 깊은 심적 고통을 겪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반성하고 비굴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복귀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의 정신은 찢겨있다. 그는 스테이시라는 꿈속의 이상형과 복수심에 불타는 또 다른 자아 악마를 창조하며 정신 분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이야기에는 일정 부분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녹아있다. 작가는 실제로 2021년 인스타그램에 성폭력과 관련한 논쟁적인 만화를 게재했다가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수상자이자 인기도서 작가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캔슬 컬처'(Cancel Culture·부적절한 행동 또는 발언을 한 유명인에 대한 사회적 매장 현상)의 대상이 됐고, 끝내 은퇴를 선언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이 SNS에서 유명인을 집단 공격하는 문화를 폭로하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신랄한 대사로 풀어놨다. 북레시피. 268쪽. ▲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 페터 볼레벤 원작. 프레드 베르나르 각색. 벤자민 플라오 그림. 독일 베스트셀러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국내 도서명 '나무수업')을 각색해 만든 그래픽 노블이다. 산림감독원 페터 볼레벤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나무와 숲, 자연에 관해 풀어놓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05-16 15:14신간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숙제를 꾸준히, 제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젠슨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는 내가 들어본 모든 경영서를 읽었고, 내가 모르는 책들도 수없이 읽었다. 그로부터 그는 비범한 사업 전략을 도출해 냈다." 젠슨 황의 자서전을 쓴 미국 언론인 스티븐 위트가 한 말이다. 최근 출간된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알에이치코리아)는 정보기술(IT) 업계의 풍운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삶을 그린 자서전이다. 저자 스티븐 위트가 3년간 젠슨 황을 인터뷰한 내용과 그의 주변 인물 300여명을 취재해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책은 젠슨 황의 집요한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에 대한 집착이 초기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부터 인공지능(AI) 회사로의 대담한 전환 등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면밀히 살핀다. 책에 따르면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대표적 기술 플랫폼인 '쿠다'(CUDA)와 신경망 기술 결합을 위한 연구로 전환하기 직전까지도 사실 AI에 대해선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공부했다. 수많은 독서가 자양분이 됐다. 그는 책 이곳저곳에서 건져 올린 지식을 통해 AI가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확신이 생겼다. 젠슨 황은 신경망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쿠다를 활용해 필수 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결론짓자마자 회사의 모든 것을 여기에 걸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딥러닝에 집중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래픽 회사가 아니다."(젠슨 황) 그러나 이 같은 비전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탁월한 기술 이해 능력, 성실성과 꾸준한 공부, 확고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백우진 옮김. 496쪽. [email protected]
05-16 11:42(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KT[030200]가 영유아 전용 인터넷 TV(IPTV) 서비스 지니 TV 키즈랜드에서 주최한 어린이 작가 공모전 최종 선정작을 엮은 그림책 '상상금지!'를 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키즈랜드는 지난해 진행한 '함께 그린 책 2 : 내 친구 상상 동물'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어린이 작가 20명의 작품을 모아, 2023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상'을 받은 이경국 작가와 협업해 그림책을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호랑이', '무지개 꽃끼리', '불사조 스핑크스' 등 어린이들이 직접 상상해서 그린 동물들이 이경국 작가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상상금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출간됐으며 오는 17일 밀리의 서재에서 이북(eBook)으로도 발간된다. KT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이비쥬얼과 함께 '상상금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해 올해 말 키즈랜드에 공개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05-16 09:3112년 전 출간된 소설 '파과'…영화 개봉에 10위로 상승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쓴 '결국 국민이 합니다'가 대선을 앞두고 서점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16일 발표한 5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결국 국민이 합니다'는 유시민 '청춘의 독서'와 한강 '빛과 실'을 따돌리고 2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아동만화 '흔한남매 19'가 그 뒤를 이어 4위를, 김영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이 5위다. 1~5위 순위는 지난주와 동일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가 6위로 새롭게 진입했고, 양귀자 소설 '모순',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가 그 뒤를 이었다. 10위는 구병모 소설 '파과'가 차지했다. 지난주보다 12계단 상승했다. '파과'는 12년 전 출간된 소설로, 40여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가 늙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파과'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개봉하면서 소설도 덩달아 주목받는 분위기다. 특히 20~30대 독자들이 많이 찾았다. 20대 독자들이 전체 구매 고객의 44.8%를 차지했고, 30대 독자가 22.3%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독자가 87.6%로 남성 독자(12.4%)를 압도했다. ◇ 교보문고 5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5월 7일~13일 판매 기준) 1. 결국 국민이 합니다(이재명·오마이북) 2. 청춘의 독서(유시민·웅진지식하우스) 3. 빛과 실(한강·문학과지성사) 4. 흔한남매 19(흔한남매·미래엔아이세움) 5. 단 한 번의 삶(김영하·복복서가) 6.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최강욱·한겨레출판사) 7. 모순(양귀자·쓰다) 8. 소년이 온다(한강·창비) 9. 스토너(존 윌리엄스·알에이치코리아)
05-16 08:00(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자본주의는 여전히 경제적·사회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 인류가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월가의 '큰손' 투자가인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신간 '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한국경제신문)에서 복지정책과 구제금융, 초저금리가 자본주의를 훼손한 3대 '공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40년간 정부의 반복적인 시장 개입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변질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경쟁을 억누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를 소수에 집중시킨다고 말한다. 자본이 생산성이 아닌 정치적 보호를 받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부채 의존 경제구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항 이후 확대된 복지정책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구제금융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복지정책은 기업의 경쟁을 약화했고, 구제금융은 부도덕한 기업의 배만 불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자금을 푸는 '유동성 공급 정책'이 저렴한 신규 대출로 회사를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을 양산하고, 소수기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과점 경제'를 고착시켰다고 비판한다.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듣기 좋은 명분을 앞세운 유동성 정책은 대기업과 자산 보유 계층만을 수혜자로 삼았고, 중소기업과 창업 생태계의 성장을 제약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단순한 비판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저자는 스위스, 대만,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 사례를 통해 경쟁 중심의 경제질서, 부채 축소, 시장 논리에 입각한 정책 체계가 자본주의를 회복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베트남에 대해서 공산주의 국가이면서도 국영 경제를 해외 투자자와 민간기업에 개방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베트남 사레와 같이 '더 많은 정부'가 아니라 '더 나은 시장'이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모델이 될 것이
05-16 07:00신간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 B플랫 장조 소나타는 제게 아주 특별한 곡으로, 죽기 전에 딱 한 곡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라두의 연주로 이 곡을 듣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은둔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1945~2022)의 매니저 이타가키 지카코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조성진이 언급한 곡은 슈베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21번. 조성진은 학창 시절 버스로 통학할 때 늘 루푸의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물처럼 흐르는 그의 아고긱(음의 빠르기에 변화를 주는 연주법)은 특별했다. 느긋한 템포로 연주하면서도 결코 끊이지 않는 유장한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섬세한 피아니시모(pp, 매우 여리게)는 시적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는지 저는 모릅니다. 재능이죠."(조성진) 2022년 작고한 루푸는 생전에 언론을 만나 인터뷰하지 않았고, 음반도 내길 꺼렸다. 녹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리코딩 세션의 경비를 모두 지불하고 녹음한 음반의 권리를 사버리기까지 한 괴짜였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적인 면을 중시한 그는 음악적 지향성에 관한 명확한 생각을 가졌기에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견디질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그는 대중보다도 연주자들과 지휘자들에게 추앙받았다. 피아노계 대모 격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루푸의 연주를 최고로 쳤고,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는 루푸의 피아노 연주를 두고 "지금까지 들어온 모든 악기의 그 어떤 소리보다도 아름답다"고 평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그의 음악은 한없이 인간적이며 믿기 힘들 만큼 간결하다"고 했다. 신간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봄날의책)는 루푸를 기억하는 음악가들의 인터뷰와 기고로 채워진 책이다. 30년간 루푸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이타가키 지
05-16 07:00(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013년 출간된 '21세기 자본'은 불평등 문제, 양극화 문제를 수치로 드러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책이다. 저자 토마 피게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이 책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고, 수백 년간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 그의 통시적 불평등 연구는 양극화 연구의 전범으로 자리 잡았다. 다소 철 지난 존 롤스의 '정의론'을 다시 끄집어내 '21세기 정의'를 내세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불평등 연구에 '정의'의 잣대를 들이밀었다. 특히 그는 자본주의의 핵심 키워드인 '능력주의'란 운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자신의 성공에 대해 겸허해야 하고, 그런 능력을 공동체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이 두 학자가 2024년 5월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각기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대중 사상가로, 이 만남은 그 자체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두 학자는 이 자리에서 '평등과 불평등, 진보'를 키워드로 평등의 가치를 성찰하고, 불평등이 왜 문제인지, 우리를 둘러싼 각종 격차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최근 출간된 '기울어진 평등'(와이즈베리)은 이날의 격정적인 토론을 지면으로 옮긴 책이다. 저자들은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 즉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평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세계화와 능력주의, 불평등한 기본재 접근권, 기울어진 정치 참여, 사라진 노동의 존엄성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두 학자에 따르면 교육과 의료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면서 아무나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주택과 공공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황을 능력주의를 통해 헤쳐 나가라고, 즉 학력을 높이는 것으로 개인의 상향 이동을 꾀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경쟁에서 승리해 필요한
05-15 19:14(대전=연합뉴스) 대덕문화원은 '제30회 대덕백일장' 수상자 167명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대덕문화원이 주관하고 대전시가 주최해 지난달 26일 대전무형유산전수교육관 앞에서 진행된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인 등 348명이 참가했다. 수상자는 대상 박수아(대전상원초2) 등 5명, 금상 고태율(대전관평초 2) 등 10명, 은상 전도현(대전도솔초 1) 등 10명, 김도은(대전신세계초 2) 등 48명, 장려상 고다율(대전관평초 2) 등 94명이다. 대덕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30주년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문화 저번 확대를 위한 소중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05-15 17:21(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사단법인 '이태석신부의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올해 이태석 신부의 선종 15주기를 맞아 돈보스코미디어와 함께 '이태석 신부 서간집'을 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살레시오회 사제인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 오지인 톤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구호, 의료, 교육 등으로 헌신적 봉사를 했다. 그는 2001년 내전과 빈곤에 시달리던 톤즈에 정착한 뒤 밤낮으로 한센병, 말라리아, 결핵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했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었다. 그러나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들렀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고 2010년 4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서간집에는 편지 81통과 사진 110여 장이 수록됐다. 편지들은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선교사로서 품었던 고민, 교육자로서 신념,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고뇌 등을 엿보게 한다. 서간집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도 포함돼 있다. [email protected]
05-15 14:47(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는 북부청사 평화광장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즐거운 여름나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책 읽는 경기평화광장' 사업을 통해 일상 속 휴식과 문화가 있는 광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는 16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는 매주 금∼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평화광장 잔디밭은 캠핑 의자, 파라솔 등과 1천300여권의 테마별 도서를 수납하는 대형 책장 등을 갖춘 야외도서관으로 꾸며진다. 바로 옆 북카페에서 도서 대여도 가능하다. 다음 달 7∼22일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오후 5시에는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어쿠스틱, 댄스, 뮤지컬, 마술 등 경기북부 시군 9개 예술팀이 공연을 선보인다. 원진희 경기도 행정관리담당관은 "지난해 야외도서관 행사를 보완하고 시민이 참여할 문화프로그램을 추가했다"며 "경기평화광장이 주민의 휴식 공간이자 경기북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05-15 14:35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망가졌는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대전 건축 여행 = 김예슬 지음. 광역시로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도시 대전은 많은 사람이 경유지로 지나치는 바쁜 도시이기도 하다. 사통오달로 교통망이 발달한 도시답게,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르거나, 유명한 빵집에 가려고 대전을 방문한다. 대전은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드나들면서 상업이 발달했고, 건물들도 많이 지어졌다. 책 '서울 건축 여행'으로 주목받은 저자가 이번에는 대전으로 발길을 옮겨 근현대 건축물 속에 담긴 시간의 의미를 탐색한다. 그는 두꺼운 책을 꼼꼼히 읽는 성실한 독자처럼, 대전이라는 도시 곳곳을 부지런히 살핀다. "근현대 건축물을 찾아가서 관찰하면서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떠올리고, 장면을 상상하는 이 시간. 편안한 의자, 알맞은 조명, 적절한 음악과 함께 책장을 넘기는 독서 시간처럼 완전히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 여행은 적극적인 독서다." 저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빵집 성심당 앞 대흥동성당에서 12시와 18시에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어보고, 대전 형무소 망루에 올라가선 도시전망대와 형무소 망루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옛 충남도지사 관사에 설치된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선 권력의 힘을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저자는 대전과 청주, 공주, 옥천을 걸으며 발굴한 38곳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다. 파이퍼프레스. 464쪽. ▲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아이작 유엔 지음. 성소희 옮김. 작가인 저자는 진화생물학, 분류학, 생태학 같은 과학적 기반 위에 서정적 언어와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나무늘보, 삼엽충, 지의류, 플라나리아 등 그간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생명체들을 조명한다. 책을 관통하는 건 느림과 전복(顚覆)의 이미지다. 나무늘보처럼 세
05-15 13:42조선 후기 두 천재의 만남…신간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조선 후기에 탁월한 임금을 꼽자면 정조(1752~1800)가 아마 첫손에 들 것이다. 그는 노회한 정치인들과도 밀고 당기기를 잘했고, 학문의 성취도 깊었다. 정조가 이끈 태평성대에는 뛰어난 학자들이 즐비하게 나왔다. 아마 그중에서도 첫손을 꼽자면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일 터이다. 신간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판미동)는 두 천재의 만남을 다룬 책이다. 책 제목대로 정조의 예리한 질문에 다산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인문서다. 고려대 교육학과의 신창호 교수가 다산의 '여유당전서' 제3책과 '다산시문집' 8권과 9권에 실린 내용 가운데 주요 부분을 발췌해 번역했고, 여기에 해설을 입혔다. 원문의 순서를 조정해 재배치하고, 필요한 부분은 현대적 개념으로 바꿔 간략한 설명과 함께 각주도 달았다. 책에 따르면 정조는 늘 붕당(朋黨)을 경계했다. 할아버지 영조의 탕평책(蕩平策)을 이어받은 그는 힘의 균형을 맞추려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를 넘나들며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조선 중기부터 이어온 붕당 정치의 폐해를 단번에 척결하긴 어려웠다. 정조는 '사람을 등용하는 방법이 치우치고 사사롭다면, 나라가 어찌 나라 꼴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바른 인재 등용에 관해 다산에게 넌지시 묻는다. 붕당 정치를 일소할 방법을 에둘러서 물어본 것이다. 다산은 그 뜻을 읽고 작심한 듯 답한다. "붕당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임금님의 뜻을 반드시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경쟁에서 결판을 내는 것은 힘입니다. 힘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뒷받침해줄 지원 세력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후원자가 생기면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하나의 모임이나 집단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당을 아끼는 마음은 후원을 바라는 데서 생기고, 응원을 바라는 마음은 힘을 합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며, 힘을 합하려는 마음은 먹을 것을 경쟁하는 데서 나오게
05-15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