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주최 태권도 축제에 미국 각지 수련생 모여 단체로 '태극 1장'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태권도 도장에서 들을법한 힘찬 기합 소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앞 공원 잔디밭에서 울려 퍼졌다. 국기원이 한미동맹 7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한마음 태권도 축제'에는 어린 여자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미국인 수백명이 태권도 도복을 입고 모여 하얀 물결을 이뤘다. 미국 각지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이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구호에 맞춰 '태극 1장'을 함께했다. 백악관 앞에서 단체로 태권도 시범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기원은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동섭 국기원장은 "미국에 태권도 인구가 3천만명 정도로 파악된다"면서 "태권도를 통해서 하나 되는 한마음 축제를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무척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국과 미국의 친선 우위를 굳건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2021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태권도 명예 9단증과 도복을 증정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기원 시범단의 방미를 요청했다면서 "제가 화답하려고 오늘 2천명의 태권도 수련생과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최응길 국기원 미국 버지니아 지부장은 이날 행사에 워싱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일리노이, 텍사스, 뉴욕, 뉴저지, 플로리다, 조지아 등 미국 여러 주(州)의 태권도인 약 1천500명이 참석을 신청했다면서 많게는 2천명까지 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석자들은 단체로 태극 1장을 마친 뒤 국기원 시범단의 시범을 관람하면서 고수들의 고난도 동작과 화려한 격파에 환호했다. 이들은 막 입문한 사람부터 유단자까지 실력이 다양했지만, 태권도에 대한 열정은 하나같았다. 2009년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 2단인 나빌 알사다위(19)씨는 "태권도를 배우기 전에 난 모범적인 삶을
05-19 06:26광장과 인근 대로까지 누빈 포프모빌…새교황 즉위에 환호 물결 어부의 반지 끼고 하늘 바라본 교황…14억 신자의 무게감 느낀 듯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새 교황 레오 14세는 하얀색 교황 의전차량 '포프모빌'(popemobile)을 타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구석구석 누비며 전 세계에서 모인 신자들과 눈을 맞췄다. 광장 왼쪽 건물 발코니에 자리한 취재진도 그 광경을 지켜봤다. 교황의 위치는 멀리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환호가 물결처럼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교황의 포프모빌은 광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교황은 광장을 벗어나 광장과 산탄젤로성을 일직선으로 잇는 대로인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를 따라 늘어선 신자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취재석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까지 찾아가는 레오 14세 교황을 보며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그의 사목 표어가 떠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까지 포용하려는 자세가 그의 첫 발걸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는 그가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과 인근 대로를 돌며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새 교황의 광장 순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당시 포프모빌에서 내려와 병자에게 축복하고 아기에게 입맞춤해 경호원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신자와 직접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 겸손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후임인 레오 14세 교황은 포프모빌에서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신자들에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아기를 들어 올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다른 신자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하기도 했다. 광장에는 "교황 만세'(Viva il Papa)가 울려 퍼졌다. 20분 넘게 광장 순례를 마친 레오 14세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
05-18 22:53(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약 4개월 행보를 관찰하면서 6·3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 새 정부의 대미 협상 전략 수립시 참고가 될만한 몇 가지 시사점을 얻게 된다. 우선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 무역 협상은 사업가 시절 '트럼프 타워'를 짓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보이는 것들과 손에 잡히는 것에 집중하며, 숫자로 치환하기 어려운 동맹의 가치, 잠재적 안보 이익 같은 것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지난 13∼16일(현지시간) 중동 3개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조 달러(수천조원)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고 홍보했다. 미국이 주기로 한 것은 거의 거론하지 않고, 받기로 한 것은 잠재적 가치까지 얹어 최대 한도로 포장했다. 그리고 상대국 정부로부터 얻을 것과 그 나라 기업으로부터 얻을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는 차기 한국 정부의 대미 협상에서 정부와 재계가 긴밀히 공조할 필요를 상기시킨다. 기업들이 구상 또는 추진 중인 대미 투자 등을 총망라한 패키지를 구체적 수치와 함께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꼼꼼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많은 것이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대외정책은 보통 중장기적으로 설정된다는 점에서 '항공모함'에 곧잘 비유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급변침'은 일상사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년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담아 상정된 유엔 총회 결의안에 북한,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던 미국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광물협정'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명시한 것이 한 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원불변의 '이념'과 '원칙'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완고한 언사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불변의 '상수'로 속단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05-18 07:07무상급식·무상건강검진·주택 300만채 공급 약속 이행…부가세 인상은 취소 금융시장 흔들리고 경제전망 암울해도 지지율은 80% 넘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 3∼4월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투자자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종합지수가 장중 7% 이상 폭락하는 날이 두 번이나 나왔다. 달러 대비 루피아 환율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반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신흥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였다. 강달러 시대에도 루피아는 강세였고, IDX 종합지수는 지난해 9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반년도 안 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미국발 '관세 폭탄' 여파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의 복지 정책들이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린 것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대표 정책은 전국 모든 영유아·아동·임산부에게 매일 한 끼 무상급식을 주는 사업이다. 전면 시행 시 연간 약 41조원이 필요하다. 1년 복지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부분 시행됐고, 연내 사실상 전면 확대를 예고했다. 매년 수조원이 필요한 전 국민 무료 건강검진 정책과 신규 주택 연 300만채 공급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대형 정책에는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데, 세제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올해부터 부가가치세를 12%로 1%포인트 올리려 했지만, 국민 반대가 쏟아지자 사실상 이를 취소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보조금 개혁도 국민 반발에 무산됐다. 돈은 필요한데 나올 곳이 없자 엉뚱한 곳에서 대책을 찾고 있다. 도로나 교량 같은 공공 인프라 사업은 대거
05-17 07:07EU수장, 문자로 30조원 백신 계약하고 '공개 거부'…법원, 비밀주의에 경종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공직자가 업무차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공 문서'에 해당할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출입 기자들 간 수년에 걸쳐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주제다. 27개국이 모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특성상 EU는 '투명성'을 최고 가치로 앞세우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공공 문서에 대한 열람권을 법으로 보장한다. 그러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업무적 의사 결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공공문서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정적인 논란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각국이 백신 부족에 허덕일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대규모 백신 공동구매를 주도했다. 2021년 체결된 계약 물량은 18억회분, 200억 유로(약 31조원)로 추산된다. 처음에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직접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를 문자메시지로 한 달 넘게 설득했다는 일화가 알려지며 '백신 외교력'에 대한 찬사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구매 조건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EU 각국이 필요했던 분량보다 지나치게 많이 주문했다는 비판이 일부 회원국은 물론 유럽의회와 언론에서 잇달아 제기됐다. 지금까지도 당시 계약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 '화이자 게이트'로도 불린다. 특히 집행위는 당시 독일 매체 소속 탐사보도 기자가 요청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불라 CEO 간 문자메시지 내용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를 거절한 데 이어 뉴욕타임스(NYT) 전 브뤼셀 지국장의 요청도 거부했다. 집행위는 백신 확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문자메시지가 오간 건 맞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록을 보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문자메시지가 '공공 문서'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결국 NYT
05-16 07:00가톨릭 2천년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첫 인사로 "굿모닝" 전 세계 언론인과 첫 인사…투옥된 언론인 석방 촉구하자 힘찬 박수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부온조르노(Buongiorno), 굿모닝(Good morning)." 새 교황 레오 14세가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착석한 이후에도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자 레오 14세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아 감사를 표했고, 손을 흔들었다. 지난 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전 세계 언론과 처음으로 인사한 순간이었다. 한국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바티칸 시국에 특파원을 둔 연합뉴스도 새 교황의 첫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그는 이탈리아어 아침 인사와 영어 아침 인사를 섞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유머를 곁들였다. 그는 "환대해줘서 감사하다"며 "만약 여러분이 마지막까지 깨어 있고 손뼉을 친다면 그 박수는 제가 입장할 때 받았던 것보다 더 귀하게 여길 겁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후 바티칸 시국의 공용어인 이탈리아어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인 언론인들에게 '말과 이미지의 전쟁'을 거부하자고 호소했다. 진실을 찾다가 투옥된 기자들에 대한 교회의 연대를 밝히며 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 대목에서 바오로 6세 홀에는 다시금 힘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편견과 분노, 광신, 심지어 증오로부터 소통을 비무장시켜야 한다"며 "소통을 공격성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크고 강압적인 소통이 아니라, 경청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며 "말
05-12 21:09(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화가 열리고 있다. 서로 100%를 훌쩍 넘는 관세를 주고받는 '관세 전쟁' 속에 사실상 무역 관계를 단절한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 공식 석상에 마주 앉아 무역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두 나라가 그간 자존심 싸움을 벌이듯이 맞대응과 보복을 주고받으며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한 터라 양측이 첫 만남에서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밀당'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두 나라와 무역·통상 분야에서 얽히고설킨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관세 전쟁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당사자들이 처음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최근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대중(對中) 유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어느 시점에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8일 영국과의 무역합의 발표 자리에서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또 같은 날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로부터 "미측 당국자들이 대중 관세율을 145%에서 50%대로 낮추는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대중 관세는 80%가 적절할 것 같다"며 구체적 수치와 함께 인하 방안을 직접 내놓았다.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연간 1조 달러(약 1천4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무역 관계가 중단된 현재 그만큼 미국이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던 그간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80%의 관세는 어떻게 도출된 수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펜타닐 관세 20% 제외한 125% 관세를 반으로
05-11 07:07러 전승절 80주년 열병식…푸틴, 서방에 우군 과시하며 '승리' 강조 '우크라 발발' 이후 최대 규모…드론 부대도 등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 5월치고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열린 성대한 행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외교적 지원과 북한의 직접적 군사 지원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자리가 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열병식 현장을 취재한 연합뉴스는 이날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통제구역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열대 정중앙에 나란히 앉아 군사 행진을 지켜봤다. 두 정상은 가슴에 러시아 승리의 상징인 주황-검정 게오르기 리본을 달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크렘린궁에서 7시간 이상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이날 붉은광장에 입장할 때부터 함께 등장하고 수시로 통역을 통해 대화하며 남다른 밀착을 자랑했다. 러시아는 4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날 시 주석의 지원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관중석에서 북한 대표단도 포착됐다.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 대사와 훈장이 가득한 군복 차림의 북한 군 장성들은 관중석 1열에 앉아 있었다. '전승절 방러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있었더라면 처음으로 북한, 러시아, 중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연출됐을 터였다. 북중러 정상들의 회동은 아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을 별도로 만나며 특별한 대우를 했다. 열병식 행사가 끝나고 붉은광장에 도열해 있던 북한군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한 것이다. 가장 처음 만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에게는 "당신의 전사들에게 좋은 일들이 있
05-09 23:58러 전승절 80주년 열병식…푸틴, 서방에 우군 과시하며 '승리' 강조 '우크라 발발' 이후 최대 규모…드론 부대도 등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 5월치고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열대 정중앙에 나란히 앉아 군사 행진을 지켜봤다. 두 정상은 가슴에 러시아 승리의 상징인 주황-검정 게오르기 리본을 달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크렘린궁에서 7시간 이상 정상회담했음에도 이날 붉은광장에 입장할 때부터 함께 등장하고 수시로 통역을 통해 대화하며 남다른 밀착을 자랑했다. 러시아는 4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날 시 주석의 지원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열병식에는 시 주석 외에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27개국 정상이 참석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관중석에서 북한 대표단도 포착됐다.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 대사와 훈장이 가득한 군복 차림의 북한 군 장성들은 관중석 1열에 앉아 있었다. '전승절 방러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있었더라면 처음으로 북한, 러시아, 중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연출됐을 터였다. 북중러 정상들의 회동은 아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을 별도로 만나며 특별한 대우를 했다. 열병식 행사가 끝나고 붉은광장에 도열해 있던 북한군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한 것이다. 가장 처음 만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에게는 "당신의 전사들에게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한 뒤 먼저 두 팔을 뻗어 끌어안았다. 시
05-09 21:28'미국 출신 첫 교황' 탄생에 바티칸 기자실도 놀라움의 탄성 광장 가득 메운 수만명 인파 눈물·기쁨의 환호…박수치고 국기 흔들고 갈매기 가족 날아간 순간, 흰 연기…콘클라베 이틀만에 새 교황 선출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파파! 파파!" "레오네! 레오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의 붉은 커튼 사이로 새 교황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였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발코니 아래의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인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교황은 이탈리아에서는 '아버지'를 뜻하는 'papa', 영어로는 'pope'로 불린다. 전 세계 14억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말 그대로 새로운 정신적 아버지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수만개의 휴대전화 카메카가 레오 14세를 향했다. 눈물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들이 광장을 메웠다. 손을 흔들며 군중의 환호에 응답한 교황은 선출 후 첫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전 세계에) 강복에서 온 세상의 평화를 빌었다. 제자리에서 뛰고 박수치고, 자국 출신의 교황 선출 염원을 담으려는 듯 가져온 각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또한 "모두에게 열린 교회, 모두를 받아들이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떨렸지만 그 속에는 포용적인 교회를 지향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겼다. 새 교황으로 미국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첫 미국 출신 교황 탄생 소식에 바티칸 기자실에서는 놀라움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만난 미국 텍사스 출신의 매뉴얼-조세핀 곤살레스 부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세핀은 "주님은 우리를 항상 놀라게 한다"며 "미국인 교황을 정한 것은 그분의 뜻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한
05-09 04:30(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시곗바늘이 오후 6시를 조금 넘기던 때,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이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흰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들었다. 곧이어 새끼로 보이는 작은 갈매기 한 마리가 지붕을 뒤뚱뒤뚱 위태롭게 오르며 어미로 보이는 큰 갈매기에게 다가갔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갈매기 가족이 홀연히 날아가는 순간,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힘차게 피어오른 연기는 하얀빛을 띠고 있었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 교황의 탄생 소식을 전파하는 '봉화'였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로 새 교황을 뽑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6시8분, 한국시간으로는 9일 새벽 1시8분이었다. 2분 뒤 군중들의 환호에 리듬을 맞추듯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광장 인근 대로에 있던 수만 명의 인파는 일제히 성 베드로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광장은 순식간에 터질 듯한 찬탄과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고,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늘을 올려봤다. 대부분이 휴대전화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쉴 새 없이 찍거나 동영상에 담았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각국의 언어로 새 교황 탄생을 외치는 방송기자들의 흥분되고 열띤 목소리가 광장을 뒤덮었다. 이날 바티칸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직 누가 새 교황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이제 또 하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선임 부제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나가 라틴어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새 교황의 이름과 새 교황명을 발표하는 바로
05-09 01:37콘클라베 첫날, 광장서 몇시간 기다림…성당안 추기경들 향해 독려 박수세례 어둑해진 하늘에 검은 연기 피어올라…"내일은 새 교황 나올 것" 기대감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네로, 네로."(Nero, Nero·이탈리아어로 검은색이라는 뜻) 7일 밤 9시(현지시간)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사이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검은 연기는 교황 선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새 교황을 뽑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길게는 반나절 가까이 광장에서 기다려온 이들은 검은 연기를 확인하자 썰물처럼 순식간에 광장을 빠져나갔다. 교황청은 당초 오후 7시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일이 으레 그렇듯 제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오후 6시까지만 해도 광장은 한산했다. 콘클라베 첫날인 만큼 교황 선출 기대감이 낮아서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결과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물밀듯이 몰려왔다. 어느새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찼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장은 무자비한 햇빛으로 무더웠다. 그늘 한조각을 찾기 위해, 그러면서도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이 잘 보이는 '명당'을 찾아 사람들이 이리저리 이동했다. 망원 카메라를 챙겨왔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줌인 기능으로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고정한 이도 많았다. 혹시나 흰 연기라도 솟아오를까 싶어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이 간절했다. 광장에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국기를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자국 출신 교황이 탄생하길 염원하는 마음이다. 오후 7시가 됐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예정보다 결과가 늦어지자 오후 8시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박수 물결이 광장을 휩쓸었다. 투표 결과를 빨리 내달라고 추기경들을 독려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오후 8시가 지나도록 굴뚝은 그대로였다. 불과 1~2시간 전
05-08 05:44거리엔 깃발·가게엔 포스터·사람들 가슴엔 승리 리본 소련의 나치 독일 승리에 자부심…우크라 협상 중 성대한 행사 준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승리는 우리의 것!" "승리가 자랑스럽다!" 오는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을 앞두고 러시아 모스크바는 '승리'(포베다) 문구로 가득 차 있다. '1945-2025', '승리 80년' 등 올해가 전승절 80주년임을 강조하는 문구들에서 러시아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6일 모스크바 중심지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나가보니 대로변은 온통 붉은 깃발과 주황색 포스터, 주황색 두 줄과 검은색 세 줄로 이뤄진 '승리의 상징' 게오르기 리본으로 장식돼 있다. 빨간 카네이션으로 화단을 조성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디아나 씨는 "빨간 깃발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며 피 흘린 사람들과 연관 있는 것 같다. 빨간 카네이션도 그들을 기리기 위해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절 열병식이 열리는 붉은광장 근처에는 주황색 승리 깃발이 끝도 없이 줄지어 펄럭이고 있다. 모스크바 중심지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의 슈퍼마켓, 약국, 병원, 지하철역 등에도 '5월 9일 승리의 날'을 알리는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다. 러시아군과 13개국 군, 러시아의 무기 시스템이 행진할 예정인 열병식 준비 때문에 붉은광장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전승절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식을 즐기며 모스크바 대표 관광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영웅 주코프 장군 기마상 앞에는 게오르기 리본을 가슴에 단 일행이 "우라!"(만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촬영이 끝나자 이들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로 거론돼 국내 에서도 관심을 모은 전승절은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경일로 19
05-07 07:04빠르게 가까워진 추기경 선거인단…'교황 정체성'도 의견 접근 콘클라베 시작 D-1, 3시간 가량 추기경 총회…취재진, 추기경들 '추격전'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콘클라베(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고 봅니다." 알제리의 장 폴 베스코 추기경은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에게 하루 앞으로 다가온 콘클라베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서로 처음 보는 추기경들이 많아 사실 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조금씩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 문화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나는 이것을 '하모니'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베스코 추기경은 "그래서 흰 연기(교황 선출을 외부로 알리는 수단)를 보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며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7일부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하는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온 80세 미만 추기경 133명이 참여한다. 추기경 선거인단 규모는 물론 참여국 수 모두 역대 최다다.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시 가톨릭의 '변방'까지 손을 뻗으며 등용한 추기경들 덕분에 이번 콘클라베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 시각이 교차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단 서로 상대를 모르는 추기경들이 많다는 점이다. 추기경 선거인단 80%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 재위 기간에 뽑혔고, 20명은 지난해 12월에 추기경이 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때문에 바티칸을 찾기 전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교계 안팎에서는 콘클라베가 이르면 5∼6일에 시작할 것으로 내다
05-06 22:16(메리다=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지만,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인 후손과 교민들에게 매년 5월 4일은 특별한 날이다. 정확히 120년 전인 1905년 인천 제물포항에서 영국 상선 일포드 호에 몸을 실은 1천31명(승선객 1천33명 중 사망자 3명과 출생자 1명을 빼고 더한 합계)이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 첫발을 디딘 때여서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와 궁핍의 나날 속에 선조들은 '묵서가'(墨西哥·멕시코를 뜻하는 한자어)를 기회의 나라로 여겼고, 나중에 과장과 거짓으로 점철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근로자 모집 신문 광고에 기대감을 품은 채 과감하게 새 삶을 택했다. 이들이 배치된 유카탄주(州)의 에네켄 농장은 그러나 거의 '생지옥'에 가까웠다는 게 각종 기록물과 구술 속에 담겨 있다. 날카로운 잎을 가진 선인장 일종인 에네켄은 당시 수요가 많았던 선박용 로프의 재료였다. 한여름 40도에 육박하는 해안가 무더위 속에서 한인들은 이르면 오전 4시부터 일몰 때까지 에네켄 잎을 자르고 섬유질을 벗겨냈다. 황성신문은 1905년 7월 29일 자 사설에서 "조각난 떨어진 옷을 걸치고 다 떨어진 짚신을 신는다", "한국 여인들의 처량한 모습은 가축같이 보이는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실정" 등과 같은 글로 당시 한인들의 처참한 일상을 전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멕시코 이주 한인 1세대는 소위 '애니깽'(에네켄)이라고 불리는데, 이 단어는 당시 한인들의 고초와 비탄 어린 삶의 축약처럼 인식된다. 1세대 멕시코 한인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대한인국민회 메리다 지방회를 조직하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숭무학교를 세웠으며, 고국에 독립자금을 송금하기도 했다. 현재 멕시코에는 이들의 후손 3만여명이 살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외모나 언어는 현지화했으나, 한인후손회를 조직해 뿌리를 기억하려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한인 후손이 사는 유카탄주 메리다와 캄페체주
05-04 07:07보수야당 '트럼프 따라하기' 역풍에 지지율 우위 내줘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시작된 호주 총선은 호주 차기 정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제적 흐름을 뚜렷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이미지의 정치인·정치 세력이 트럼프발 악영향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반(反)트럼프 효과'다. 5일 전 열린 캐나다 총선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위력'을 극명히 보여줬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1년 넘게 집권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쥐스탱 트뤼도 당시 총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집값 급등,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추락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라"고 모욕하는 등 '캐나다 때리기'에 나서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자존심을 짓밟는 언행을 되풀이하면서 반트럼프 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분노한 캐나다 국민 여론의 유탄은 그간 '캐나다의 트럼프' 이미지를 내세워온 보수당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에게로 튀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트뤼도 정부의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정책과 이민 정책, 기후변화 정책을 맹비난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지향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총선에서 자유당은 과반에 3석 모자라는 169석을 차지해 승리한 반면, 보수당은 144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다. 차기 총리를 바라보던 포일리에브르 대표도 20년간 지켜온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패배해 의원직마저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이 캐나다처럼 정치가 안정된 선진국에서 극히 보기 드문 정치 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이런 '대역전'이 호주에서도 재연될까. 선거 결과
05-03 07:07(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관한 오래된 격언 하나가 있다. "교황으로 콘클라베에 참석하면 추기경이 돼서 나오고 추기경으로 콘클라베에 참석하면 교황이 돼서 나온다"가 바로 그것이다. 교황 후보로 꼽혔던 추기경은 정작 교황이 못 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추기경이 교황이 된다는 뜻이다. 이 격언은 콘클라베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교황 선출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역시 최근 연합뉴스를 비롯해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언론이 맞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언론에서 많은 예상을 내놓겠지만 틀림없이 모두 빗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클라베의 투표 구조를 고려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콘클라베에는 출마 선언이나 공식 후보 등록이 없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133명의 추기경(원래 135명이지만 2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 선언)이 전원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다. 콘클라베의 투표 구조 자체가 새 교황이 누가 될지 정확히 맞히기 어렵게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의 콘클라베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격언이 모두 들어맞진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후계자를 뽑는 콘클라베에서 독일 출신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다. 그는 1981년부터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20년 넘게 봉직하며 요한 바오로 2세의 최측근이자 가장 중요한 조언자로 활동했다. 정통 가톨릭 교리를 지지하는 다수의 추기경에게 정통 보수파인 라칭거 추기경은 안성맞춤의 선택이었다. 실제로 콘클라베는 시작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4차 투표에서 라칭거를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 선출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이변은
05-01 07:07대선유세 방불 연설서 통합메시지 없어…불체자 추방 영상에 청중 열광 행사장 주변서 反트럼프 집회 열리기도…차량들 경적으로 호응하기도 (머콤카운티[미 미시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미국, 그리고 그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최고 지도자의 진영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100일을 맞이한 29일(현지시간) 그것을 기념하는 연설 행사가 열린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서 기자가 확인한 미국의 현실이었다. 이날 머콤커뮤니티칼리지 스포츠·전시 센터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취임 100일이 됐음에도 그 메시지나 방식 등이 대선 유세와 유사했다. 관세를 둘러싼 혼란 속에 국정 지지율이 40% 초반에 그치는 등 고전하는 상황에서 '취임 100일'이라는 계기에 전체 국민에게 정책을 납득시키려 하기보다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의 '부흥회'로 만들어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중이 느껴졌다. 자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수천명의 청중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졸리는(sleepy) 조'로 부를지, '부패한(crooked) 조'로 부를지를 놓고 즉석 '여론조사'를 한 것을 비롯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여러차례 조롱하고 비판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추방 성과와 남녀 2개의 성별만 인정하는 정책을 채택한 사실을 소개했을 때 청중들이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범죄조직원 혐의를 받는 외국인들을 체포해 꿇어앉힌 채 강제로 삭발한 뒤 외국 감옥에 수감하는 장면을 마치 영화처럼 촬영해 격렬한 비트의 록음악 반주와 곁들여 연설 중간에 상영하자 청중들은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하며 열광했다. 또 불법체류자 추방의 법 적용 문제 등을 지적한 일부 판사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
04-30 11:16행사장 예상밖 한산…실적부진 경영난 반영? 화려함 벗고 내실 다지기? 인텔, 시장의 우려 떨쳐내려는 듯 '파운드리 사업 계속 전념' 역설 현대차 계열사 로봇개 '깜짝 등장'…"공장에 투입해 시스템 실시간 분석"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포럼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이날 행사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되고 지난 3월 부임한 립부 탄 새 CEO 체제하에서 열리는 첫 파운드리 행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극심한 경영 부진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 중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는 큰 관심사였다. 현지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탄 CEO의 기조연설을 1시간가량 앞둔 시간 도착한 주차장은 시장의 '관심'보다는 크게 한산했다. 주차장이 꽉 차 있던 지난해 행사나 다른 여타 행사와 대조됐다. 행사장 앞 로비에는 투자자들과 인텔 협력사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보였지만, 어렵지 않게 그 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행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탄 CEO가 무대에 오른 시간에도 자리는 듬성듬성 빈 곳이 많았다. 인텔 측은 1천명이 참석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한 참석자는 "행사장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장소를 잘못 찾은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매년 자체 행사를 열어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협력사와 고객들을 대거 초청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2월 처음 열린 인텔 파운드리 행사는 그런 점에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당
04-30 07:54성모 대성전에 안장된 교황…장식 없는 묘, 더 깊은 울림 무덤 일반 공개 사흘째지만 여전히 긴 추모 행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은 그의 삶처럼 소박했다. 아무 장식 없는 비석에 프란치스코의 라틴어 표기 '프란치스쿠스'(Franciscus)만 새겨져 있었다. 태어난 연도, 재위 기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무덤 위에는 그가 생전 가슴에 걸었던 철제 십자가 복제품이 벽에 걸려 있었다. 그는 역대 교황과 달리 순금 십자가 대신 투박한 철제 십자가를 늘 가슴에 지녔다. 무덤 양옆에는 화초가 균형 있게 놓였고 가로로 꽃장식이 앞을 단정히 감싸고 있었다. 바티칸 시국의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흰색 꽃들은 이곳이 교황의 무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두운 경내에서 따뜻한 빛깔의 조명이 무덤과 무덤 위의 십자가를 은은하게 비췄다. 참배객의 발걸음은 교황의 무덤 앞에서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제복을 입은 요원들이 영어와 이탈리아어가 뒤섞인 표현으로 'No stop, prego'(멈추지 마세요, 부디)라고 외쳤지만 참배객들은 그 앞에서 멈춰 성호를 긋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안식을 기도했다.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을 사진에 담았지만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이 안장된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찾았다. 교황의 무덤이 일반에 공개된 지 사흘째였고, 평일 오전이었기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대기 줄은 성모 대성전 왼쪽 벽을 타고 계속 이어져 성모 대성전 뒤편의 '에스퀼리노 언덕의 광장'에선 여러 줄로 나뉘었다. 기온은 21도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햇빛이 강렬했다.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차분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40여분을 기다려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앞에 설 수 있었다. 전임자들과 달리 세 겹이 아닌 홑겹 목관에 몸을 누였던 교황은 무덤마저도
04-30 07:35트럼프 취임 100일 연설하는 머콤 카운티, '환영 열기'와는 멀어 관세로 보호받는 車산업 중심지임에도 일부 주민들 우려 목소리 "기름값·물가도 변동 없어" vs "정권 초반이니 좀 더 지켜보자" (머콤 카운티[미 미시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작년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6대 격전지(swing state) 중 하나였던 미시간주의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인단 15명이 걸린 미시간주에서 박빙 승부 끝에 1.4% 포인트(49.7% 대 48.3%)차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루 앞둔 28일 현지를 찾은 기자는 '친트럼프 열기'를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미시간주 최대도시 디트로이트 북동쪽에 위치한 연설 장소인 머콤 카운티는 대선 때 비교적 큰 차이(55.9% 대 42.2%)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그의 미시간주 승리에 결정적 교두보가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언론 등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예정 사실이 보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외였다. 머콤 카운티는 미국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민주당에서 공화당, 보다 정확히는 '트럼프' 쪽으로 지지를 옮긴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민심을 상징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나흘 앞뒀던 작년 11월 1일 머콤 카운티에서 유세를 하며 공을 들였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화의 바람 속에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공약으로 현지의 민심을 얻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공약한 대로 제조업 재건을 명분의 하나로 제시하며 관
04-29 12:31'이민 3세' 손라미 영사협력원, 한국 관광객 안전체류 지원 활동 "섬 방문 까다롭지만, 오시면 후회 없을 곳…범죄도 거의 없어" 보행로 차지한 동물과 거리 유지 필수…"고액 벌금 물 수도" (푸에르토아요라[에콰도르]=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태동케 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타크루스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을 하나 꼽으라면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행인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보행로 곳곳을 차지한 갈라파고스바다사자나 바다이구아나를 무심코 밟거나 건드리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액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동물, 특히 갈라파고스바다사자와 2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해 놓고 그 경위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한화로 1천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이를 아는 듯 갈라파고스바다사자 같은 섬의 '원주인'은 선착장 주변에서 관광객과 때론 장난기 섞인 듯한 조우를 연출하기도 한다. 몸길이 1.5∼2.5m의 거구가 선박 대기용 벤치로 불쑥 올라와 몸을 뻗으면, 사람들은 놀람 반 설렘 반으로 상황을 즐기며 대부분 알아서 자리를 피해 준다. 어린이들은 공포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공격적 움직임은 없다. 지난 21∼24일(현지시간) 찾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이름도 알기 어려운 생명체들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시시각각 목격하는 흔치않은 경험이 강렬했다. 갈라파고스붉은게들은 마치 손님맞이라도 하듯 화산섬 특유의 검은색 바위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펠리컨들은 어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생선을 다듬는 상인들과 눈치싸움을 했다. 갈라파고스에서만 번식하는 생물종 중 하나인 바다이구아나는 이 섬에 도착한 관광객이라면 반나절 만에 적어도 30마리 이상 목도할 수 있다. 바닷속 상어의 유영도 금세 흔한 광
04-29 10:08(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에서는 현재 대형 기술 기업, 빅테크에 대한 두 개의 반독점 재판이 열리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왕국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구글의 재판이다. 둘 다 공교롭게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같은 시기에 열린다. 재판이 열리는 층만 다르다. 메타의 반독점 재판은 2012년과 2014년 메타가 경쟁을 없애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구글 재판은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불법 독점하고 있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재판이다. 구글과 메타는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순위 각각 5, 6위에 올라 있는 거대 기업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구글도 메타도 회사를 분할해야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우연히 겹쳤을 수 있지만, 두 거대 기업의 재판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은 다소 낯설다. 이들 기업이 자칫 쪼개질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들 재판으로 미국에 경제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평가는 아직 보지 못한 듯하다. 반독점 재판은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도 자사 기기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하는 '폐쇄적 생태계'로 미 법무부로부터 지난해 3월 소송을 당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 지위로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며 2023년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들 4개 기업의 시가 총액은 총 8조4천억달러로 한화 1경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삼성, 현대, SK, LG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시기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런 상황을 상상하
04-27 07:00(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인들은 스포츠 국가대항전이 열려도 국기를 좀처럼 흔들지 않는다. 작년 여름 독일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거리에는 2천500㎞ 넘게 떨어진 캅카스 산맥의 작은 나라 조지아 국기도 휘날렸지만 정작 주최국 독일의 검정·빨강·금색 국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가사회주의를 내걸고 인류 최악의 흑역사를 쓴 나치의 악몽이 국기를 멀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2013년 총선 승리 행사에서 당직자가 국기를 무대에 올리자 빼앗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이웃집에 국기를 내려달라고 항의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여름동화'로 독일인들 기억에 남아있는 2006년 월드컵이 독일 국기의 반짝 전성기였다. 축구팬들이 들고나온 국기로 거리가 가득 찬 전례 없는 광경에 '드디어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급성장한 우익 극단주의 세력이 국기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전유하면서다. 네오나치 집회와 극우 독일대안당(AfD) 행사장에서는 국기 물결이 넘실댄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검정·빨강·금색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색"이라며 "새로운 민족주의적 증오를 불러일으키려는 이들이 독차지하고 함부로 쓰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기를 둘러싼 문화전쟁은 곧 연방정부를 인수하는 기독민주당(CDU)의 참전으로 더 꼬였다. 작센안할트주 예리호버란트 지역의회에서는 최근 1년 내내 학교 건물 앞에 국기를 게양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CDU와 AfD가 함께 통과시켰다. 메르켈 총리 퇴진 이후 한층 오른쪽으로 기운 CDU는 재작년 '애국심 프로그램'이라며 국기를 더 많이 게양하고 국가도 자주 불러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의회에 상정한 바 있다. 내달 초 연방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국민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04-27 07:00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참관기…두 손 모은 2시간 10분 성베드로 광장부터 산탄젤로성까지 직선 도로에 25만 인파 가득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장례 미사가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떠나자, 광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울 것 같지 않은 백인 중년 남성들도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멀어지는 교황을 향해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교황의 관을 따라가던 중계 카메라는 화면을 바꿔 광장의 인파 속 "그라찌에(Grazie·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클로즈업했다.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과 인근 도로까지 꽉 메운 25만여 추모객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은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바티칸 전 구역에 경찰과 안내 요원이 배치됐고,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교황청의 취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례 미사 취재를 위해 광장에 오전 5시30분에 도착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일이 늘 그렇듯 입장까지는 하세월이었다. 오전 6시를 넘겨서야 소지품 검사가 시작됐다. 취재 구역은 성 베드로 대성전과 직각을 이루는 왼편 건물 지붕에 마련돼 있었다. 교황청은 간이 철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취재진을 한 번에 7∼8명씩 지붕으로 날랐다. 수백명의 취재진은 엘리베이터가 느리게 올라갔다가 또 느리게 내려오는 모습에 한숨을 쉬어야 했다. 누군가 "트럼프가 나타났다"고 외치자 사진기자들이 이동 경로에서 이탈해 제지를 뚫고 달려가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권 2기 첫 해외 일정으로 장례 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못지않게 이날의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장례 미사는 교황이 생전 개정한 장례 전례서에 따라 소박하고 간소하
04-26 22:54